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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흙이 내는 부드러운 바람소리…오카리나 (경향신문 2003-05-29)
    오카리나 이야기 2010. 11. 1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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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의 한 장면. 나무 위로 기어올라간 토토로와 두 아이는 구멍이 난 악기를 입에 대고 분다. ‘부~’ 하는 부드러운 공명음. 오카리나가 만들어내는 소리다. 1988년 일본 다큐멘터리 ‘대황하’ 배경음악으로 국내에 소개된 이래 오카리나는 각종 광고 배경음악으로, 게임음악으로 소리없이 인기를 끌어왔다. 들판을 스치는 바람같은 소리. 흙으로 만든 악기가 빚어내는 부드러운 소리를 배워보자.

    ◇오카리나란=일본 악기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사실 오카리나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거위’를 뜻한다. 손바닥보다 작은 악기에는 13개의 구멍이 있다. 손가락으로 구멍을 막고 입으로 불어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리코더와 비슷하지만, 입으로 부는 반대편의 공기구멍이 없다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소리가 악기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벽에 부딪쳐 특유의 울림을 낸다.

    오카리나가 연주할 수 있는 소리는 모두 13음. 음높이에 따라 소프라노G, 소프라노F, 알토C 등의 종류가 있다. 낮은 ‘라’음부터 높은 ‘파’음까지를 내는 알토C 오카리나가 가장 널리 쓰인다.

    ◇ 악기 구입 요령=오카리나는 일일이 흙을 구워 만든 도자기 악기다. 구워진 상태에 따라 악기소리는 천차만별이다. 연주자들은 그래서 “악기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낙원악기상가 등에서 구입할 경우에는 악기를 잘 아는 사람과 동행하는 것이 좋다. 믿을 만한 브랜드를 고른 다음, 불량품이나 가짜가 아닌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구입할 때는 대형 쇼핑몰보다 전문 제작판매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프리윈디(www.freewindy.com), 나무꾼(www.namooggun.com), 한(www.hanocarina.com) 등에서 수공제작한 오카리나를 취급하고 있다. 9만~15만원선에 구입할 수 있는데, 악기상가보다 3만~4만원 가량 비싸다. 소량으로 수공 생산하는 까닭에 몇개월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연주 방법과 강습소=기본 연주요령은 리코더와 비슷하다. ‘투투투’ 혀로 끊어주는 ‘텅잉’과 부드럽게 소리를 이어주는 ‘슬러’가 대표적인 기교다. 오카리나 연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을 다스리는 일. 같은 음을 불더라도 호흡에 따라 음정이 달라진다. 음감이 뛰어난 사람은 배우기 시작한 첫날 그럴듯한 노래를 뽑아낼 수도 있지만, ‘연주’가 자리잡히려면 6개월 정도는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아직까지 체계화된 교본이나 전문 강습소는 없다. 백화점 문화센터, 구청 복지관 등에 강의가 개설되어 있고, 오카리나 동호회에서도 연주요령을 가르치고 연습을 도와준다. 오카리나클럽(www.ocarinaclub.com), 오카리나 마을(www.ocarinamaul.com) 등이 대표적인 동호회다.

    ▲“마음을 반영하는 악기 그만큼 호흡이 중요”…10년경력 임경희씨

    “오카리나는 마음을 반영하는 악기예요. 들뜬 기분으로는 슬픈 곡을 연주할 수 없어요. 호흡과 악기가 만나야 소리가 만들어지는데, 들뜬 기분이 고스란히 호흡에 드러나거든요”

    임 경희씨(29)의 오카리나 경력은 10년. 대학시절, 합창부인 줄 잘못 알고 오카리나 동호회에 든 것이 시작이었다. 강하게 공명하는 원시적인 소리는 임씨를 사로잡았다. 연습삼아 밖으로 들고 나가 불 때면 오카리나가 들려주는 부드러운 공명,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임씨는 1996년 하이텔에 오카리나 동호회를 만들었고, 2000년부터는 인터넷 동호회 오카리나클럽의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결국 직업도 오카리나를 선택했다. 임씨는 오카리나를 수공으로 생산하는 ‘프리윈디’의 사장 겸 일꾼이다. 1주일 내내 오카리나를 들고 뛰어다니다 주말이면 동호회 연습에 참가한다. 그에게 ‘취미’와 ‘직업’은 하나다.

    오카리 나 전문 교습소가 없어 아쉽다는 임씨에게 직접 교습소를 차릴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직 제대로 음정을 낼 줄 모른다”며 손을 내저었다. “10년을 불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가르칠 자신은 없어요. 그냥 좋은 취미로 남기고 싶어요”

    2003-05-29 16:39  /최명애기자 glauk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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